<사물의 뒷모습>, 안규철

2025. 2. 14. 22:58What I read

 

 

2023년도 7월즈음 코엑스에서 진행한 <국제도서전>에 다녀왔다. 현대문학이라는 출판사에서 진행하던 이벤트, "Blind Date with Books"에 매료되어서 !! 단 몇문장만을 읽고 골라온 책, <사물의 뒷모습>

 

 

 

 

문제는 우리가 앞으로 가는 방법만을 배웠지, 멈추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뭔가를 이루고 소유하는 방법만을 배웠지, 그것과 헤어지는 방법은 배우지 못했다. 세상 속으로 들어가는 방법만을 배웠지, 그것으로부터 나오는 방법은 배우지 못했다. 그러므로 지금은 다시 멈춰야 하는 시간. 우리가 배우지 않았던 것들을 위해 지평선 너머를 응시해야 하는 시간이다. 

 

내 2023년 서울 다이어리 속 저장된 그 날 만난 문장들

 

 

 

 

사놓고 또 한참 안읽다가 미국 다녀와서 겨우 펼쳤는데(게으르네), 아 그때 첫인상은 매우 나빴음

 

내 전공은 아닌 예술의 영역에서 쓴 에세이라는 걸 차치하고도, 일단 재미가 없엇다 그냥..

인스타 스토리에 "너무 노잼이고... 공감되는 말귀라기보단 유행하는 감성 글귀... 너무 사소하고 너무 사소함. 별로 흥미롭지도, 궁금하지 않은 작가 인생 고찰하다가 책이 끝났음. 3분만에 100페이지 넘겼는데 얻은 게 없음. 역시 나는 고전을 읽어야 하나보다." 라고 썼네 ㅋㅋ

 

 

 

 

 

 

아무튼 겨우 다 읽고 나니까 필사한 문장이 몇 개 있긴 했는데, 작가가 생각한 의미를 담은 문장을 필사한 게 아니라, 약간 다른 분야나 사건에 적용 가능한 문장들이라 아이디어 수집하는 느낌으로 필사함...

결국 나에게 이 책은 쓰*기가 되었다!!

 

 

 

 

 

 

 

그 후 몇 달이 지나고.. 노잼 책으로 릴레이 독서를 하는 사람들을 보고 희망과 동기부여를 받음

쓰*기 책도 재미있을 수 있다!!! 우리는 해학의 민족이니까

 

 

 

그래서 오랜만에 다시 펼쳐서 씹으면서 읽는데

이게

아무리 머리를 굴려서 공감하고 이해해보고자해도 자꾸 마음이 안 감

 

내 멋대로 이해하고 코멘트 달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구독자^^님께 전달드리며 얼마나 감상이 다를지 기대했다

 

 

 

 

 

 

이런 결과가 나옴 ㄱㅡ

 

 

그니까 이 책은 감상이라는 게 존재하면 안되는 책임.

진짜 있으면 진심으로 대단하다고 박수쳐주고 싶음.

 

 

 

 

 

 

 

우리 인생을 스쳐지나가는 모든 것에 대한 예술가의 고찰이라기엔... 너무 의식하는 것이야 말로 진짜 병이라고 생각함

굳이 그런 감상을 짜낼 필요도 없는데, 자꾸 겨우 한 방울 짜낸 걸로 열심히 글을 쓰니까..

 

아 걍 일기장에나 쓰시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왤캐 쓸데없이 노력하시지?? 과연 작가와 책과 출판은 대체 뭐란 말인가? 독자로서 이런 마인드로 읽을 수 밖에 없었다.. 왜냐면책이ㄹㅇ쓰*기니까

 

 

 

중간 중간 아 몰라 설명하기도 싫고 출처를 알 수 없는 감성이 담긴 글귀가 튀어나오고, 비유같지 않은 비유와 어떻게 사고해야만 그런 글이 나오는지 궁금해지는 서술이 압권이었다

낭비할시간많으면읽으세요 난 소리지르면서 읽음

 

 

 

 

 

 

 

 

 

그래도 내가 필사한 문장 몇 개만 기록하고... 서로의 감상 일부를 여기에 담겠다 (나는 9, 구독자^^님은 페스츄리)

 

 


p.23 씨앗은 수신인이 적히지 않은 편지처럼 어디론가 날아가서 바람이 멈추는 곳에, 가장 낯선 곳에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운다. 

 

9: 씨앗은 편지라니, 낭만 있다. 

페스츄리: <씨앗편지>, 에롤 브룸 / 책과 콩나무

 

+ '광포한 바람'이라는 표현이 다음 문단에 등장하는데, 프랑수아즈 사강의 <패배의 신호>에도 이 표현이 있다. (원문 표현은 알 수 없음) 거긴 되게 상상하기 어려운 단어마냥 dramatic 하게 표현했는데 이 글에선 너무 자연적인 표현 같아서 오히려 "담백하게 다가오네" 이런 생각을 했음

 

9: 근데 전체적으로 그냥 투마치 감수성 투마치 자연주의 글이었음. 분명 시작은 담백했는데 뒤로 갈수록 오바한다. 

페스츄리: 주책 바가지 아저씨 같음(ㅋㅋㅋㅋ)

 

 

 


p.40 그러니 이제는 이런 상황을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없어지면 없는 대로 살고. 자꾸 달아나는 것들을 달아나도록 놔두는 법을 배워야 할 것이다. 

 

9: 앞 문장에서 얻은 결론 << 이라는 거에는 공감하지 못하겠음. 이 문장 자체가 그냥 삶을 관통하는 말인 것 같아서 필사했던 기억. 친구 편지에도 썼는데, 우리가 마주하는 상황에 너무 적절한 말이라 친구가 참 좋아했음.

 

 

 


p.55 [나사못] 이라는 글에 대한 감상

 

9: 뭔가 시적으로 접근한 것 같아서 마음에 좀 드는 글

페스츄리: 사람이 생각을 너무 많이 해도 빨리 죽는다.. 내 생각에 '원래'라는 건 없음. 내 주변 무엇도 원래의 상태를 유지하는 게 없는데 내가 어떻게 '원래'를 가질 수 있나? '원래'라는 건 우리가 바랐기 때문에 존재하는 형태, 관념임. 그니까 '원래의 나'는 어린/젊을 적 가장 많은 시간동안 나타났던 특징들의 상징이라는 거임. (후술: 진짜 이해해보려고 노력했는데 너무 힘들었다.)

 

 

 


p.68 나무는 가능성을 향해 뻗어나가는 가지들에 수분과 영양을 공급하지만, 그렇지 않은 가지는 언제든 단호하게 버린다.  (...) 무수한 실패의 기억들이 화려한 꽃나무의 몸속에 고스란히 보존되고 있다. 그것은 완전한 선 하나를 찾아내기 위해 수없이 많은 선들을 긋고 지우는 화가들의 소묘를 닮았다. 

 

페스츄리: 왜 그런 줄 앎? 볕을 얼마나 쬐느냐에 따라 생사가 갈림. 몬스테라라는 식물은 아래 잎이 볕 잘 받으라고 자기 잎에 구멍을 냄. 몬스테라 같은 세상이면 좋겠네 ^,.^

 

 

 


p.88 작가가 쓴 "무모한 낙관주의자"라는 워딩을 보고... (작가는 좋게 쓰긴 했음. 근데 그냥 글이 재미없어서 내 할말만 코멘트함.)

 

9: 무모한 낙관주의자는 미디어에서 대가리 꽃밭으로 다뤄지지만... 나처럼 겁 많은 회의론자보다는 나은 듯

페스츄리: 그래서 발전이 있고, 발견이 있고, 균형이 맞는다.

 

 

 


p.109 '새로움'은 보수와 진보의 구분 없이 그들이 간절히 바라지만 갖지 못한 가치인 것이다. 

 

9: ㅈㄴ ㅋㅋㅋㅋㅋㅋㅋ

페스츄리: 와 개웃김 ㅋㅋ

 

 

 


p.134 좋은 말들은 죄다 지평선 너머로 사라지고, 험하고 소란스럽고 야비하고 추악하고 부끄러움을 모르는, 결국은 똑같은 말들이 지배하는 이 세상에 스무 개라도 온전한 말이 남아 있을까.

 

9: 21세기 최고의 문제점. 문맹률은 낮아도 그 언어를 제대로 구사하는 이는 얼마나 될까. 언어전공자로서... 저도 부족함을 느낌

 

+아니 근데 작가도 이런 생각하고 이런 글 썼으면서 왜 본인은 이런 책을 냈지 ㅋㅋ

 

 

 


p.157 남에게 속마음을 털어놓고 감정을 드러내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우리는 배운다.

 

9: 유해한 가르침. social norms are suck

 

 

p.158 가면을 쓰지 않은 채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경솔한 일이 된다.

 

9: *나 슬프다. 내가 이래서 너무 힘들었는데

페스츄리: 근데 정작 그 '가면'이라는 걸 좀 써야할 것 같은 사람들은 안씀. 그래서 문제다.

 

 

 


p.198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말이 시대정신이 된 세상에서, 임박한 실직과 임박한 파산, 임박한 재난과 임박한 파국의 예감에 채찍질당하며 서로를 물어뜯으면서 우리는 하필이면 '100세 시대'의 기나긴 생을 살아갈 아무 준비도 없이 거리에 내몰리고 있다. 

 

9: 글은 좋음. 근데 나 다른 거에 초점을 맞췄음. 변화는 불가피하고 필요한 것임이 분명한데.. 누가 하나에만 머물고 싶겠느냐고

페스츄리: 처음으로 붐업을 날리고 싶습니다.. 저는 적당히 머물고 싶어요.. 현시대의 '발전'은 더 이상 무용하다고 생각. (9: 뭔말알ㅇㅇ) 지구를 갉아먹으며 한계를 촉진하는 변화와 발전이 무슨 의미가 있겠음? 지속가능한 발전이 필요한 거지, '지속가능한.' 길거리로 내몰리는 사람이 갈수록 늘어나는데, 이런 세상 안 세상. 적당한 변화와 적당한 머무름이 좋아요.

 

 

 


책구매로 나를 이끈 문장 p.225 문제는 우리가 앞으로 가는 방법만을 배웠지, 멈추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뭔가를 이루고 소유하는 방법만을 배웠지, 그것과 헤어지는 방법은 배우지 못했다. 

 

9: 이건 한국특이라니까.. 시대적 역사 때문에 그래, 우리가 언제 안정적일 때가 있었냐?

페스츄리: ㄹㅇㅋㅋ 앞으로 가고 있다 싶으면 일본이 강제로 무너뜨림 진짜임

 

 

 

 


대부분의 글...에서의 감상

 

9: 항상 소재거리는 좋은 것 같긴 한데, 최종 고찰과 철학까지 이끄는 걸 못하는 것 같음. 똥

페스츄리: 억글. 이 분 존재에 대해 생각이 너무 많음. 그러다보면 결론은 죽음이니까 조심하시길.

 

 

 

 

 

 

 

 

그리고 재밌어서 사진으로 추가한 감상들 ㅎㅎ

 

 

 

 

 

 

 

 

아무튼... 첫 릴레이 독서 책이 생각보다 더 어이없는 글들이라 한편으로는 아쉽고, 한편으로는 재밌었음

 

다음 릴레이 독서는 좀 더 의미있고 좋은 책들로 해야지~

 

 

 

'What I read' 카테고리의 다른 글

~,.~  (0) 2025.01.15